아이랑 놀아주기?아이랑 놀기! 육아헬을 육아헤븐으로!

과거의 나는 혼자놀기의 달인이었다.
싱글일 때의 나는 자발적 아웃사이더였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초강력 껌딱지가 생겨버렸다.
그와 나는 늘 함께다.... 출퇴근길과  일 할 때를 제외하곤 한 시, 한 날도 그와 떨어진 적이 없다.
심지어 가장 사적이어야할 화장실 가는 일조차도 그와 함께다.
화장실 문을 열어놓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그를 안고 볼 일을 보는 당혹스러운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는 사랑스러우면서도 가끔은 가장 나를 미치게 하는 존재이다 .
그는 바로.. 바로 나의 14개월 된 아들이다!!



혼자놀기의 달인이 이제는 같이 놀기의 달인이 되었다.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은 절대 불가능 ... 환상의 짝꿍인지 환장의 짝꿍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함께 할 짝꿍이 생겨버렸다.
나의 단짝친구...

처음엔 같이 놀 거리도 갈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네만 나가도 이렇게 어린 아이를 데리고 쏘다닌다고(?)
동네 할머니들이 혀를 차며 훈계 하시기 일 수 였다.
더구나 목만 겨우 가누는 아이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리원 동기 집에 오가는 것이 전부.
가끔은 아이 자는 동안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는 것이 그나마 기분전환.
여행을 좋아하고 하릴 없이 쏘다니기를 좋아하던 내가
24시간 붙어있어야 하는 존재가 있고, 그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누릴 수 없다니
너무 괴로웠다.
하루 24시간 중에 나는 없고 오직 아이를 먹이고 재워야하는 어미만 있다.
내가 좋아하는 건 할 수 없고,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참아야 하는 일들만 있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육아가 말그대로 고문이 따로 없었다.
첫 아이였고, 연고없는 타지생활을 막 시작한 참이었어서 누군가 알려줄 사람도 없었다.
이 생활이 언제 끝나는지, 언제쯤 살만한지.. 어떻게 버텨야하는지..
나도 모르는 새 심각한 육아우울증을 겪고 , 눈물로 악으로 버티고 버티다 보니
100일이 지나고 6개월이 지났다...
아이는 목을 가누고, 뒤집고, 기면서 서서히 사람이 되어갔고 ..
점점 활동적이고 호기심이 왕성해졌다.
이쯤되면 살만하려나 싶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올라왔다.
아이 성향이 활동적이어도 너무 활동적이었다. 낯을 안가리고 낯선환경에 비교적 적응을
잘하는 것은 좋은데... 도무지 집안에서 나와 둘이 있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줄을 몰랐다.
밖에 나가고 싶어 안달하고,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고, 이것저것 다 만지고 걷고 싶어했다.
모른 채 하고 놔두면 아이의 짜증지수가 올라가고 소리를 지르고 쉴 새 없이 칭얼거리고
온 집안을 헤집어 놓았다 . 그에 따라 나의 스트레스 지수도 올라가고..
처음엔 어떻게 할 지를 몰라. 그저 이런저런 장난감을 들이대도 보고 하염없이 업고 얼러도 보고 하다가 어느날 깨달았다.
'그래, 나도 거의 1년간 아이 키우느라 집안에서 생활을 너무 오래하고, 사람을 너무 안마주쳐서 원래의 나의 성향을 잊고있었는데, 나도 원래 밖에서 놀기를 좋아하고
마침 아들도 그런데.. 뭐가 문제야?
같이 나가서 놀면되지?!!'
아이가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않아 칭얼대는 것을..
나는 한번도 해주지 않으면서 별난 아이, 떼가 많은 아이 취급했다.
에너지가 많은 아이를 집에서만 놀게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인데..
그때부터 아이를 데리고 부지런히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의 떼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
왜 이렇게 칭얼거려 라며 어린 아기에게 윽박지르기만 하던 지난 시간을 반성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이상한게 아니라 내가 알아주지 않은 거였다.

집안에서 아이와 '놀아주기'라고 생각할 때는 엄마로써 매일 주어지는 하나의 과제 같이
느껴져 버겁고 지겨웠는데..
이제는 아이오 함께 '놀기'라고 생각하니 너무 즐거웠다.
평일엔 일하는 틈틈히 이번 주말엔 어디갈까? 뭘 해볼까? 고민하고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예전엔 여행하면 '해외여행'만 생각했는데... 혹은 국내라도 '도'를 넘어가야 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랑 함께하니 뒷동산도 옆동네도 키즈카페 가는 것도 모두가 여행이었고 새로운 체험이었다. .

엄마가 되고 나의 여가도 취미도 다 '빼앗겼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이와 함께하는
'새로운 취미'가 생긴 것이다.
'키즈카페 탐방' '산책하기' '피크닉하기' 등등...
다행히도 우리나라엔 특히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물놀이, 밀가루놀이, 모래놀이 등등 테마가 다양한 키즈카페가 지천에 있었고 매주 다른 곳으로 탐방을 다녔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뿐만 아니라 꼭 돈을 들이지 않아도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장난감 도서관이나
공동육아터, 자유놀이실이라는 아이와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동네 도서관에도 영유아실이 있어. 바닥에 앉아 아이와  그림책, 촉감놀이책을 보며 놀 수 있고, 여름엔 동네 공원에서 무료 물놀이터도 운영한다.
(아이 낳고 기르지전엔 나라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는데!!
아이 낳고 나니 세금 내는 보람을 느끼는 중이다!! )

또한 종합 운동장, 아파트 뒷산과 둘레길 등 곳곳이 피크닉 장소이고 산책로이다.

가끔은 강릉으로 강화도로 그리 멀지 않은 국내로 여행을 간다.

영화를 꼭 보고 싶을 땐 자동차 극장을 간다.

전시회가 너무너무 보고 싶을 땐 사람이 거의 없는 평일이나 개관시간에 딱 맞춰서 간다.

처음엔 영화나 전시같은 문화생활도 포기해야하고, 가고싶은 맛집이나 여행지도
못간다고 모든게 불평불만이었는데, 하기 나름이라 뿐이었다.
아이와 갈 수 있는 곳을 찾아가고,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방법을 모색하니 새로운 길이 있었다.
아이와 가니 물론 힘든 점도 많은 건 사실이지만 혼자갈 때와 새로운 느낌이었다.
늘 가던 바다도 아이와 처음 같이보는 바다. 아이와 같이가는 곳은 더 새롭고
다르게 와닿았다.

지금의 아이와 나는 내가 일방적으로 돌보아 주어야 하고 놀아주어야 하는 존재가 아닌
나의 놀이친구 이고 나의 단짝이다.
우리는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고, 같이 여행하고, 같이 논다.
아이와 갈 곳을 찾다보니 전에는 가 볼 생각도 안해본 새로운 곳들도 찾아냈다.
그럴 때 마다. 마치 보물을 찾아낸 기분이다.
아이와 함께할 체험을 찾다보니 주말농장을 분양받을 생각도 생겼다.
예전에는 취미라 하면 독서 , 그림, 영화보기, 운동에 국한 되어있던 것이 이제는
농장 가꾸기라는 이색적인 취미가 생길 참이다.

아이와 놀아주기가 아닌 아이랑 같이 놀기라는 마음을 가지면서 육아는 더이상 헬이 아니다.
앞으로 함께 갈 곳과 함께할 많은 일들이 기대된다.

외치자, 육아헬 아닌 육아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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